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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2012.11.13] 30년간 꿈도 못 꾼 신혼여행… "고맙구먼"

    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12/2012111202840.html


     
     

    ‘황혼의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들이 지난 8일 중국 칭다오 맥주 박물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 부부들은 어려운 형편이나 사정탓에 결혼 직후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다. 박재천·서영희(앉아있는 앞줄 왼쪽에서 셋째와 둘째)씨 부부, 김용률(앞줄 왼쪽에서 다섯째)·최경임(서있는 뒷줄 왼쪽에서 둘째)씨 부부, 고석중·유학례(뒷줄 오른쪽에서 넷째와 다섯째)씨 부부, 김채희·정재련(앞줄 오른쪽에서 첫째와 둘째)씨 부부 등이 함께했다. /칭다오=이기문 기자

    여행사 직원들 급여 1% 기부… 박재천씨 부부 등 16쌍 지원

    형편 어려워, 재혼 감추다… 사연 신청한 483쌍 중 선발… 중국에 2박 3일 다녀와


    "32년을 살면서 한 번도 부부끼리 여행을 가 본 적이 없어요. 새벽 1시에 광주에서 버스 타고 인천에 오느라 잠을 한숨도 못 잤습니다."

    지난 7일 오전, 인천 공항에서 중국 칭다오(靑島)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박재천(60)씨가 말했다. 박씨는 평생 택시운전을, 부인 서영희(53)씨는 아파트 청소 일을 하며 딸 셋을 키웠다.

    이 '특별한 여행'은 박씨 부부를 포함, 16쌍의 부부가 함께 떠났다. 예순 안팎에서 일흔 너머까지 다양한 연령대인 이 부부들의 공통점은 어려운 형편이나 사정 탓에 신혼여행을 건너뛰었다는 것. 이런 부부들을 위해 여행사 '여행박사' 전 직원이 급여에서 1%씩 기부한 돈으로 2박 3일 여행을 마련했다. 회사 홈페이지와 라디오에서 신청받은 483쌍의 사연 중 이 부부들이 선정됐다.

    120년 전 칭다오에 생긴 최초의 선착장 잔차오에서 부부들은 유람선을 탔다.

    백국현(57)·조송자(55)씨 부부는 '커플 운동화'를 신었다. 조씨는 "남편에게 간 절반을 떼어내 준 효자 아들이 이번에는 신발을 사줬다"며 웃었다. 건설회사에 다니던 남편은 IMF 경제위기 때 명예퇴직하고 아내와 함께 동해에서 국숫집을 차렸다. 그러다 지난 2010년 간암 선고를 받았고, 아들의 간을 이식받아 현재 투병 중이다. 가게 일은 아내 조씨가 꾸려가고 있다. 조씨는 "얼마 전 내 가슴에도 종양이 있는 것 같다는 소견이 나왔다. 다행히 여행 전날인 어제 '종양이 아니다'는 최종 진단을 받아 두 배로 기쁘다"고 말했다. 부부는 유람선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내내 커플 사진을 계속 찍었다.

    김용률(68)·최경임(63)씨 부부는 손을 잡고 선착장을 거닐었다. 김씨는 "무일푼이었던 나는 결혼할 돈이 없어 동네 절간에서 결혼식을 했다"며 아내를 "버스 운전, 굴착기 운전을 해온 내 옆에 평생을 있어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칭다오 라오산을 오르던 정재련(여·73)씨는 "애들 가르치고 키우느라 신혼여행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자식들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이제는 여유 좀 있겠다' 싶으니 손자들 돌보느라 벅찼다"고 했다.

    정씨는 "외손자 친손자를 9년 동안 번갈아 키운 할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옆에 있던 양희자(여·57)씨가 "나도 맞벌이하는 딸 대신 6세, 3세 된 외손자를 키우고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정씨는 "나는 그래도 '손주 키우기'를 3년 전에 졸업하고 일흔 넘어서야 평생 꿈이었던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며 웃었다.

    정씨와 양씨는 "손자 키우는 '보모 할머니'끼리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자"며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는 라오산의 기암절벽을 뒤로하고 포즈를 취했다.

    재혼 부부인 이정수(가명·59)·박미선(가명·56)씨 부부는 결혼 10주년을 맞았다. 이씨는 "10년 전만 해도 재혼 사실을 주위에 알리기는커녕 감추기 바빠 신혼여행은 엄두도 못 냈다"고 말했다. 세 남매의 아버지였던 이씨는 박씨를 아내로 맞으며 박씨의 두 딸을 가슴으로 품었고, 이씨는 가슴에 품은 대학생 막내딸 뒷바라지를 위해 회사를 옮겨 일하고 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전날 밤, 남편들에게만 주어졌던 숙제가 공개됐다. 숙제는 바로 '아내에게 몰래 편지를 쓰라'는 것.

    고석중(54)씨가 아내 유학례(53)씨에게 쓴 '30년 만의 편지'를 대표로 읽었다. "스물다섯 철부지 남편에게 스물넷에 시집와 평생 나와 함께 농사짓고 세 자식을 키우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신랑에게 검정고시를 보게 하고 대학까지 뒷바라지해준 당신의 그 마음 정말 눈물 나게 감사합니다. 2009년 농업지도자가 되었을 때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던 그 시간이 생각납니다. 사랑합니다."
     

    [칭다오=이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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